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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시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by 그리고아무말없었다 2021. 4. 3.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이바라기 노리코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 茨木のり

 

Helen Hyde (1894~1919) / 20세기 초반 일본에 거처하며 일본 여자들과 아이들을 주로 그림 (이하 모든 그림)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하였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街々はがらがらと崩れていって

とんでもないところから

靑空なんかが見えたりし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무수히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まわりの人達が沢山死んだ

工場で 海で 名もない島で

わたしはおしゃれのきっかけを落としてしま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모르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誰もやさしい贈り物を捧げてはくれなかった

男たちは挙手の礼しか知らなくて

きれいな眼差だけを残し皆(みな)発ってい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머리는 텅 비어 있었고

내 마음은 굳어 있었고

손발만이 밤색으로 빛났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の頭はからっぽで

わたしの心はかたくなで

手足ばかりが栗色に光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내 나라는 전쟁에 패했다

그런 어이없는 일이 있단 말인가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비굴한 거리를 활보하였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の国は戰爭で負けた

そんな馬鹿なことってあるものか

ブラウスの腕をまくり卑屈な町をのし步い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라디오에서 재즈가 넘쳐흘렀다

금연을 깨뜨렸을 때처럼 어질어질하면서

난 이국의 달콤한 음악을 탐하였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ラジオからはジャズが溢れた

禁煙を破ったときのようにくらくらしながら

わたしは異国の甘い音楽をむさぼ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난 몹시도 불행했고

난 몹시도 엉뚱했고

난 무척이나 쓸쓸했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わたしはとてもふしあわせ

わたしはとてもとんちんかん

わたしはめっぽうさびしかった

 

그래서 결심했다 가능하면 오래 살기로

나이 들어 무척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프랑스의 루오 할아버지처럼 말야

だから決めた できれば長生きすることに

年とってから凄く美しい絵を描いた

フランスのルオ-爺さんのように ね

 


꿈을 품던 성장기 시기의 제일 찬란했을 개인과, 전쟁시대의 비극적인 시대 배경을 대비시킨 극적인 일본 시.


내겐 시대의 비극성보다, 전쟁의 참상에 대비되는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더 강렬히 다가와서 탐미적으로 느껴진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점점 망가져가는 모습이 더 빛나는 고전 수난극의 여주인공처럼.


거리가 무너진 시적이 배경에서 나 홀로 예뻤던 그 때.
이름을 잃어버린 그 폐허에서 멋 부리지 않아도 예뻤던 그 때.
어린 군인들만 가득 매운 그 거리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예뻤던 그 때.
패전 소식을 듣고, 나플거리는 블라우스 소매를 걷어붙이고 나선 예뻤던 그 때.
혼돈의 시절, 담배연기처럼 피어오르는 재즈에 심취해 있는 예뻤던 그 때.
불행하고, 외롭고, 백치적이라 투명하게 빛나던 그 때.

왜 이 아름다웠던 시절을 놓친 화자는 오래 살기로 결심했을까?
전쟁으로 망가진 그 시절이 응당히 복구되고, 어리석고 불행하기만 했던 자기를 회복하고 싶어서?
내겐 해소되지 못했던 그 시절의 아름다움, 그 열망을 결국 끝까지 자기 증명하겠다는 선언 같다.
오래 살아서, 아니 아예 불변의 그림처럼 남아서.

그래서 이 시가 끌린다. 무시무시한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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