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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자취> (극단 위로팩토리) 연극을 보기 전부터, 연극의 광고 문구 '생활밀착형 공포'라는 표현이 영 찜찜했다. 내게, 어떤 콘텐츠에 붙는 '생활밀착형'이라는 수사는, '한국형'이라는 수사가 붙는 어떤 작품들의 느낌과 비슷하다. 그런 표현의 원류가 되었을 어떤 첫 작품은 분명 미덕이 있었을 것이다. '한국형'은 어떤 일반적인 클리세가 지독히 한국적인 특별한 정서와 접목되며 변형,패러디되는 재미가. '생활밀착형'은 굉장히 미시적인 관찰로, 삶을 사실적이고 섬세하게 읽는 시각의 작품들이었겠지. 그러나 그런 문구가 유행이 되고, 변질되면서 저런 표현을 앞세우는 작품들은 왠지 기피하게 된다. 한국 콘텐츠 클리세를 게으르게 덮어쓰는 작품들, 규모와 투자가 빈곤한 작품을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홍보문구로 보인달까? 이 연극을 '생활밀착형'이라고 .. 2023. 8. 5.
연극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도 없는>, 극단 '오늘도 봄' 전업 작가인 '지수'는 소외된 존재들의 고통을 진정성 있게 그려 세상에 빛과 희망이 되는 작품을 완성하려 애쓰지만, 정작 그녀의 주변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소외는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녀의 작품 속 인물들인 방임아동, 자립준비청년, 길고양이가 냉혹한 세계와 마주한 어려움을 이겨 내고 희망찬 미래를 그려내는 동안, 그녀의 주변에 실제로 존재하는 인물들은 차가운 현실을 견뎌내지 못하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이 연극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작가의 자의식이 상당히 강하다'라는 인상이었다. 여러 가지 소외계층들의 불행이 나열되고, 모두 죽음이라는 비극으로 치닫게 되는데, 그 사건들과 사람들을 묶는 존재가 '작가'이다. 물론 그 자체의 구성에는 큰 문제가 없다. 모름지기 '작가'라는 존재는, 미시적.. 2023. 8. 1.
[연극] 임금알 (극단 대학로극장) 군사정권시대 검열로 묻혀진 유행가들은 몇 개 아는데, 저항 연극은 처음이었다. 원작 희곡은 조선일보 신춘 당선작 로 77년과 80년에 무대화를 시도했지만 무산되었고, 결국 이라는 제목으로 수정되어 85년도에 초연을 올렸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에도 많은 수정이 가해지며 못 다 표현한 게 많았다고... 어쨌든 당시 정치 상황을 맞춰 겨냥한 풍자, 그로인한 핍박들이 가장 큰 훈장으로 남은 이 공연이 2022년에 다시 등장했다. 대놓고 공연은 선언한다. “작품의 본질인 저항의 색채를 많이 순화시키고, 풍자성과 유희성을 살려 관객이 재밌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작품의 본질은 희석시키고, 재밌고 웃기려고 노력했다고? 나는 공연을 보기 전부터 선입견이 생겼는데, 보고나니 공연은 더 모호했고, 기묘하다는 생.. 2022. 10. 3.
[연극] The Wooden Circus (극단 칼로마토) 체코 인형극. Karromato라는 1997년 프라하에서 설립된 인형극단이라고 한다. 19세기 전통 방식을 이용한 인형극이라고 하는데 그런 건 잘 모르겠고. 이번에 관람한 The Wooden Circus의 경우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없이, 단순히 마리오네트 인형들로 서커스를 모사하는 공연이었다. 차례차례 다양한 인물들, 즉 인형들이 등장하고, 각 서커스 특징을 살린 공연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된다. 마리오네트 공연이 처음이라 비교군은 없지만, 인형을 다루는 기술이 그리 정교하게 보이진 않았다. 인형들의 움직임은 좀 굼뜨고 둔했고, 동작이 꽤나 허술했달까. 하지만 인형의 움직임 그 자체는 과학적이고 현실적인 면이 있었다. 그러니까 관절의 꺽임 방향이나 가동 형태가 진짜 생명체의 그것과 비슷하다는 인상? 이러니.. 2022. 9. 29.
[시] 선택의 가능성 선택의 가능성 / 비스와바 쉼보르스카 Wislawa Szymborska 영화를 더 좋아한다. 고양이를 더 좋아한다. 바르타 강가의 떡갈나무를 더 좋아한다. 도스토옙스키보다 디킨스를 더 좋아한다. 인간을 좋아하는 자신보다 인간다움 그 자체를 사랑하는 나 자신을 더 좋아한다. 실이 꿰어진 바늘을 갖는 것을 더 좋아한다. 초록색을 더 좋아한다. 모든 잘못은 이성이나 논리에 있다고 단언하지 않는 편을 더 좋아한다. 예외적인 것들을 더 좋아한다. 집을 일찍 나서는 것을 더 좋아한다. 의사들과 병이 아닌 다른 일에 관해서 이야기 나누는 것을 더 좋아한다. 줄무늬의 오래된 도안을 더 좋아한다. 시를 안 쓰고 웃음거리가 되는 것보다 시를 써서 웃음거리가 되는 되는 편을 더 좋아한다. 명확하지 않은 기념일에 집착하는 것.. 2021. 4. 13.
[사진] 미래사 산고양이들 편백나무숲으로 유명한 통영의 미래사. 생각보다 아담한 규모의 절과 숲이 조금 아쉬웠지만... 조금 신비로운 분위기의 숲을 지나 숲길의 끝에 있는 미륵상을 둘러보다 발견한 이상한 상자. "길냥이 민박?" 민박집 광고문구인가? 했는데.. 뭐가 많다. 함께 살자니.. 가만 보니... 여긴?? 이런곳에 사파리가??? 숲속의 고양이 마을이었다. 내가 갔을땐 고양이들이 경계를 많이하고, 다들 모습이 보이지 않았는데... 사실 고양이로 유명했던 곳. 6마리가 이곳에 유기되었었고, 캣맘들에 의해 발견되서 사료를 챙겨주었던 모양. 이후 사찰의 협조를 얻어 아예 이곳에 집을 만들어주고, 끼니도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 원래 있던 5마리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남은 한마리가 새끼를 많이 낳아 지금 13마리 정도가 살고 있다고... 2021. 4. 12.
[시] 새 인간 새 인간 / 김복희 새 인간을 하나 사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처럼 우는 법을 배운 새 인간이 동묘앞 새 시장에 매물로 나올 거라는 소식이었다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고 곤충과는 달리 머리 가슴 배로 구성되지 아니 하였으며 다족류가 아니며 두 쌍의 팔 다리를 지녔고 갈퀴는 성장 환경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고 영영 생기지 아니 할 수도 있고 큰 소리로 웃지 않으며 달리지도 않으며 먹어선 안 될 것들이 많아 병들기 쉽지만 청결한 잠자리를 유지해 주면 동반 인간의 반평생 가까이 살고 평생에 단 한 번 번식하며 때에 따라 번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인어를 키운다는 녀석들에게 보란 듯이 내 새 인간을 말해 주고 싶었으니까 나는 새 인간을 하나 사왔다.. 2021. 4. 4.
[시] 내가 가장 예뻤을 때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내가 가장 예뻤을 때 / 이바라기 노리코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 茨木のり子 내가 가장 예뻤을 때 거리는 와르르 무너져 내려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푸른 하늘 같은 것이 보이곤 하였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街々はがらがらと崩れていって とんでもないところから 靑空なんかが見えたりし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주위 사람들이 무수히 죽었다 공장에서 바다에서 이름도 없는 섬에서 난 멋 부릴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まわりの人達が沢山死んだ 工場で 海で 名もない島で わたしはおしゃれのきっかけを落としてしまった 내가 가장 예뻤을 때 아무도 다정한 선물을 건네주지 않았다 남자들은 거수경례밖에 모르고 해맑은 눈길만을 남긴 채 모두 떠나갔다 わたしが一番きれいだったとき 誰もやさしい贈り物を捧げてはくれなかっ.. 2021. 4. 3.
[영화] 잊혀진 사람들The Young And The Damned, Los Olvidados (1950) 장 르 : 드라마, 범죄 국 가 : 멕시코 제작비 : 45,000$ 감 독 : 루이스 부뉴엘 Luis Bunuel 배 우 : 알폰소 메히아(페드로), 로베르토 코보(자이보), 에스텔라 인다(페드로 엄마) 등 링 크 : https://movie.daum.net/moviedb/crew?movieId=23870 내게 브뉴엘은 동경의 목록 어딘가에 슬쩍 기록된 감독이었다. 아는 건 없지만 몇 가지 흔적만으로 내게 영감을 주는 그런 존재로 남아있었다. 난 브뉴엘을 그의 진짜 영화들보다 글로 기억한다. 라는 제목으로 출판된 앙드레바쟁의 짦은 평론 모음집이 있다. 프랑스 누벨바그의 아버지였던 그의 평론들 중 몇몇 잔혹영화(The Cinema of Cruelty) 계열 감독들의 글만 추려서 출판한 핸드북이었다. 사실 .. 2021. 3. 28.
[로케이션] 폐교 (전라남도 함평) 전라남도 함평에는 폐교가 서너개 있었다. 그 중 촬영하기 가장 적당해보이는 곳이 함교초등학교 대신분교였다. 도보가 없는 한적한 차도 한 가운데 위치해있고, 학교정문 앞에 차를 주차해두기도 좋았다. 무엇보다 학교 건물이 여전히 싱싱하다. 정문은 자물쇠로 잠기어 있지만 틈으로 들어가기 어렵지는 않다. 전혀 관리가 되지 않아 이미 운동장은 밀림처럼 높은 풀들로 무성했다. 운동장 군데군데 묘지가 있는게 이색적이었는데, 영 생뚱맞다.저녁이 되면 좀 을씨년스럽지 않을까..하지만 땡볕이 바싹 쐬는 낯에는 산새들의 소리도 듣기좋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정신없고 관리가 없는 주변환경에 비해 실제 건물은 깨끗한 편이고, 문도 열려있었다. 책걸상은 모두 빠져 있지만 그 외 물건들은 그대로 남아있다. 건물 소관부서는 해당교육.. 2019. 2. 19.
[로케이션] 전파 (고양시) 고양시와 서울 수색, 그 경계선에 있던 곳. 주변으로 아파트가 건설되고 있었는데, 커다란 전파탑과는 거리를 두고 건설 될 듯 싶었다. 이 곳의 매력은, 저 어마무시한 전기파를 쏟아내는 전파탑 바로 아래 있던 집들.. 전파탑을 구조물 삼아 바로 아래에 지어진 집도 있었고, 주변으로 두 세개가 더 있었다. 그리고 그 집에는 실제 사람들이 살았다. 뭐하는지 알수 없는 산사람 같은 남자와 개... 무슨 김기덕 영화 배경마냥 이상한 느낌이었던... 2019. 2. 17.
[그림] 그 머나먼 2018. 10. 4.
[영화] 몬스터 콜 A MONSTER CALLS(2016) Un monstruo viene a verme, A Monster Calls, [몬스터 콜, 괴물의 부름] 장 르 : 판타지 드라마 국 가 : 미국, 스페인 제작비 : 43,000,000$ 감 독 : 후안 안토니오 바요나 배 우 : 루이스 맥더겔(코너 역), 시고니 위버(할머니 역), 펠리시티 존스(엄마 역), 리암니슨(주목나무 괴물 역) 등 링 크 : http://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04786 죽을병에 걸린 엄마를 돌보며 사는 13살 소년 코너에게 어느 날부터 언덕 위에 있는 주목나무가 다가와 강압적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나무가 몬스터다. 나무는 총 세가지 이야기를 들려줄터니, 마지막엔 코너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놔야 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는다. 이야기.. 2017. 2. 26.
[사진] 하늘공원. 억새 2016. 12. 19.
[웹시]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 진은영 (2) 문학 2016. 12. 8.